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어려운 것은 우리의 뇌에서 발생하는 변화 때문입니다. 미국국립보건원(NIH)의 2006년 연구에 따르면, 트라우마는 뇌의 3가지 영역 -① 편도체 ② 해마 ③ 전두엽 피질- 에 영향을 미칩니다. 모두 스트레스 관리와 관련된 영역으로, 이 부분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하며 뇌가 과잉 경계 상태를 유지하고 감정 및 충동을 억제하는 데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.
① 편도체의 변화
편도체는 감정을 인지하고 조절하는 데 도움을 주는 감정 반응의 중추적 역할을 합니다. 트라우마적 사건을 경험하면 이 편도체가 과도하게 작동하여 처음 그 외상을 경험하는 것처럼 행동하게 됩니다.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(PTSD) 환자의 편도체는 외상을 상기시키는 자극에 반응하여 기능이 활성화된다는 사실이 연구를 통해 입증되기도 했습니다.
② 해마의 변화
해마는 기억과 학습을 관장하는 영역으로, 과거와 현재의 경험을 구별하는 동시에 기억을 저장하고 검색하는 역할을 담당합니다. PTSD 환자의 뇌를 살펴보면 이 해마의 부피가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. 해마의 활동이 감소할 경우 뇌는 실제 외상 사건과 기억을 구별하지 못하게 되고, 외상을 떠올리게 하는 자극들을 위협 그 자체로 인식하게 됩니다.
③ 전두엽 피질의 변화
전두엽의 앞부분인 전전두엽 피질은 높은 수준의 사고와 추론을 담당하는 뇌의 일부입니다. 전전두엽 피질은 우리가 외부의 자극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도록 뇌의 통제력을 관장합니다. 일반적으로 편도체가 두려움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감지하면, 전전두엽 피질은 이 감정에 합리적으로 반응하는 역할을 하는데요. 트라우마를 경험하면 이 기능이 억제되어 두려움을 통제할 수 없게 됩니다.
우리 주변에는 과거의 상처로 괴로워하는 사람에게 "나약해서 그래." "버티면 괜찮아져."등의 섣부른 조언을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. 그러나 트라우마 증상은 단지 심리적 원인 때문에 발생하는 게 아닌, 뇌의 생물학적 변화로 인한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. 그렇기에 우리는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하고, 또 올바르게 대처해야 합니다.
혹시 뇌의 가소성에 대해 들어보신 적이 있나요? 뇌세포의 일부분이 죽더라도 재활치료를 통해 그 기능을 다른 뇌세포가 일부 대신하는 것을 말합니다. 우리의 뇌는 새로운 경험을 통해 계속 변화할 수 있고, 작은 변화를 반복적으로 경험함으로써 회복의 길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.
출처: 정신의학신문_ 당산숲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박혜인 원장